• 국문초록
이 글은 1953년 연변 조선족 자치구 창립 1년 만에 창작된 김학철의 장편소설 『해란강아 말하라』를 중심으로 사회주의 중국의 건국 초기에 그러한 조선족의 혁명서사가 나타나게 된 정치 사회적 배경과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 작가 김학철의 현실인식과 함께 그러한 혁명서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했던 바를 구명하였다.
소설은 ‘9.18’사변을 전후한 시기, 중국 공산당 영도 하의 조선인의 동만 항일근거지 건설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조선인 중공 당원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절대적 지도와 형과 같은 위치가 강조된다. 동북의 항일투쟁에 대한 조선인의 공헌과 기여는 중국 공산당과 건국 초기 중국 공산당에 의해 연변 조선족의 지도자로 발탁된 조선의용군 계열 간부인 주덕해와 최채들의 공통된 입장이지만 거기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했다. 동북항일연군 최고 지도자 주보중이 만주의 조선공산당원들이 중국공산당에 가입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김학철의 소설은 이 한 단락의 역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소설은 또 동만 조선인 사회의 계급적 분화를 통해 친일지주계급의 반동성과 소작인 농민들의 혁명성을 뚜렷이 보여주었으며 소작농 출신 혁명가의 철저성과 비타협성을 강조하였고 반제동맹은 결국 조, 중 두 민족의 비타협적이고 혁명적인 소작농 계급에 의해 가능한 것임을 보여주었다. 김학철이 소설에서 구상한 반제동맹에서 불철저성과 불안정성을 가졌던 浮游하는 계층은 모두 타락하고 변질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소거되었으며 준엄한 투쟁의 고험을 이겨낸 비타협적 계층만이 지속적으로 동만 항일근거지 건설에 연결됨으로써 해방 이후 연변 조선족 사회의 순결성을 보장하였다. 소설은 또 역사적 사실에 충실함으로써 반우파 투쟁당시 ‘혁명의 패배사’라고 비판받기도 했지만 이는 그의 작가적 양심이기도 했으며 사회주의 사실주의 문학의 핵심인 ‘사회주의적 전망’의 부재라는 면에서 그의 작가적 한계이기도 했으나 역으로 김학철식 문학 양식의 탄생이기도 했다.
이러한 혁명서사를 통해 김학철과 그의 전우들은 광복 전, 재만 조선인의 역사를 중국 공산당 영도 하의 동만 조선인의 항일투쟁 역사로 온전히 환원함으로써 조선족의 역사를 중국 근대사 속에 무리 없이 편입시킬 수 있었다. 이는 광복 직후, 중국에 남은 120만 조선인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그들 차원에서의 최고의 대안이었으며 당시 혼란에 처해있던 조선족의 조국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었다.
주제어 : 김학철, 조선족의 혁명서사, 『해란강아 말하라』, 조선족 문학, 조선족 소설, 조선인의 조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