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1980년대 노동문학과 운동을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첫 등장은 1983년 『시와 경제』라는 무크지 2집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같은 책에는 황지우 또한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었다. 시인 장정일은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역시 무크지를 통해 등단하였고, 이 세 사람은 1년 가량의 간격을 두고 자신들의 첫 시집을 출간하였다. 이 세 사람의 시인들은 지금까지 전혀 다른 사회적/문학(사)적 맥락과 담론들 속에서만 논의되고 해석되어왔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활동 시기, 활동 공간(무크지 운동과 같은 기존의 제도 바깥의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접성이 존재했다.
박노해, 황지우, 장정일 이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아무나”시를 쓸 수 있고, “아무거나”시가 될 수 있는 것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황지우의 표현대로라면 (기존 문학의 한 양식으로서의) ‘시가 아니라 시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추구했던 “시적인 것”은 다른 한 편으로는 상품체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이 논문이 1차적으로 논증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의 작업에서 엿볼 수 있는“시적인 것”과 상품체험의 관계이다.
최근 10여 년간 활발하게 이루어져온 1970~80년대 노동자 문학운동/글쓰기운동에 관한 연구들은 “프롤레타리아의 밤”에 관한 랑시에르의 논의에서 공통의 정거장을 발견한 것처럼 보인다. 이 논문에서 다룬 세 사람의 시인들 또한 노동자/시인, 시/비시(非詩)와 같은 기존의 위계질서에서 문화가 분배되는 방식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1980년대 “프롤레타리아의 밤”의 자장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들에게서 “시적인 것”과 상품체험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1980년대 한국에서의 “프롤레타리아의 밤”은 ‘상품들의 백일몽’과 공존 혹은 중첩되어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주제어 : 시적인 것, 상품, 상품화된 노동력, 프롤레타리아의 밤, 1980년대 노동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