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논어』 1.12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경쟁한다. 첫째, 예와 음악 간의 상보적 관계를 논했다고 보는 해석이 있다. 둘째, 음악과 무관하게 예 자체의 내적 특성을 논했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 전자는 『樂記』에 명시적인 전거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본문에 없는 음악이라는 요소를 추가로 도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후자는 본문에 없는 요소를 외삽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1.12의 전반부 내용과 후반부 내용이 충돌하는 해석상의 단점이 있다.
본 논문은 두 주장의 근거를 면밀하게 검토한 끝에 예 자체의 내적 특성을 논했다고 보는 주장을 지지한다. 그 지지 과정에서 이제까지 1.12의 해석과 관련하여 고려하지 않았던 추가적 전거를 통해 왜 그 주장이 상대적으로 더 합리적인지 논증한다. 그리고 그 논증 내용이 『논어』속의 어떤 내용과 연결되어 있는지 해명한다. 최종적으로는 그와 같은 내용이 『논어』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 고대 사상 담론의 일부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한 역사적 맥락을 재구성하기 위해 이 논문은 현행 『논어』의 구성 요소들이 형성되기 시작한 춘추시대 후기에서, 현행 『논어』 체제가 정착된 한나라 시기까지의 역사적 맥락에 주목하고, 그 맥락에 비추어 1.12를 재해석한다. 이 같은 시도를 통해 고대 중국 이후에나 가능했을 자의적 해석들을 통제하고, 1.12가 고대 중국의 사상 세계 속에서 향유했던 의미에 좀 더 다가가기를 희망한다.
1.12가 제시하는 예는 강제에 기초한 질서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조화의 방법이면서 무질서를 경계한다는 점에서 제약의 방법이기도 하다. 즉, 예에는 조화와 규율의 요소가 모두 담겨 있다. 그 길항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야말로 공동체 질서의 창출과 유지에 관건이 됨을 1.12는 보여준다.
주제어 : 논어, 공자, 예, 음악, 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