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전근대기 동아시아 그림, 특히 조선시대 그림이 ‘觸覺’의 차원에서 중시된 매체였음을 논하고자, 이 연구는 서구에서 연구된 촉각의 가치 및 전근대기 동아시아 회화 형태가 요구한 촉각적 측면을 먼저 살피고, 조선시대 그림 감상의 기록에서 그림을 ‘만졌다’(撫’, ‘摩挲’, ‘摸’)고 한 감상의 기록을 조사하고 분류하였다. 그 결과, 그림을 만지는 이유는 관계의 매체로서의 감상과 예술작품으로서의 감상이라는 두 유형으로 대별되었다. 그림을 ‘사회적 관계의 매체’로 대하는 유형에서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감상자가 화가, 소장자, 혹은 그림 속 인물과 관계를 가지는 경우이다. 이러한 그림의 가치는 예술성에 앞서 관계적 의미로 결정되며, 감상자가 일으키는 비애감의 정도가 매우 깊다. 여기서의 관계란 가족, 벗과 같은 직접 경험의 관계, 사라진 명나라의 인물과 같이 역사 맥락적 관계이기도 하다. 그림의 주제를 학습 경험에 의거한 학문적, 문학적, 도덕적 내용으로 이해하는 것도, 유사한 학습 경험을 가진 지적 공동체에서의 학문적 공감대 속에서 소통의 감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관계적 유형에 해당된다. 또 다른 유형은 ‘예술적 작품성’을 평가하며 만지는 것이다. 작품의 표현과 묘사에서 실감의 감동과 즐거움을 느끼는 감상, 매우 귀한 작품을 만지며 가졌던 소유의 대리적 즐거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두 번째 유형에서는 뛰어난 화가의 우수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기쁨을 느낀다는 공통점이 드러난다. 이상에서 살핀 바 두 가지 유형의 감상에 나타나는 비애감이나 기쁨은 그림을 만지는 행위로 배가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논의는, 전근대기 그림이 근대적 예술 인식에서 주장하는 ‘視覺’적 대상에 국한되지 않고 풍부한 감각의 차원에 있었음을, 특히 촉각의 차원이 중요하게 작동하였음을 알려준다.
주제어 : 촉각, 그림 감상, 전시, 정선, 김홍도, 김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