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이 연구는 몸을 통해 드러나는 감각 중 통증 감각, 즉 통각을 통해 느껴지는 신체적 고통과 그 시각적 재현 양상, 고통을 통한 육체의 인지와 감각의 작용을 몇 가지 주요한 사례 분석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각각의 사례들은 극단적인 신체 훼손을 포함하는 열녀도, 다양한 죽음의 순간과 고통이 표현되는 지옥도, 신체에 가해지는 형벌과 고문이 시각화된 형벌도, 신체의 각 부분을 정의하고 설명하는 해부도를 포함하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몸을 매개로 하여 감각을 시각화하고, 몸에 대한 인식과 담론, 감각에 대한 태도와 그와 관련된 사고를 보여준다. 열녀의 육체와 고통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통제되고 변형되었으며, 종교적 교화를 목적으로 재현된 죄업의 몸은 극단적으로 왜곡되고 과장되어 절실한 구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국가의 사법제도와 형벌을 통해 육체에 가해진 폭력과 고통은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몸”을 국가적 체제 안에 편입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며, 그 안에서 형벌의 대상인 개인의 몸은 도구화된다. 사회적 이데올로기와 종교와 신앙, 사법 체제 안에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왜곡되고 변형되거나 전유되었던 몸은 근대적 의학 기술의 도입과 함께 객관적으로 관찰될 수 있는 자연의 현상처럼 인식되었다. 즉, 몸은 시대와 사회적 맥락, 종교적 관념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인식되며 감각은 필요에 따라 왜곡되거나 침묵되거나 과장된다. 몸과 감각의 시각적 재현들은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은밀하게 공조하면서 사회적 담론을 생산하는 기제로 활용된다.
주제어 : 감각, 고통, 열녀도, 지옥도, 형벌도, 해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