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擇里志》는 조선 후기 李重煥(1690~1756)이 저술한 한국의 대표적 지리서이다. 「八道論」과 「卜居論」을 큰 틀로 삼아 팔도의 살기 좋은 지역과 산수가 빼어난 곳 등을 기록하였다. 《택리지》는 세상에 나온 직후부터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200종을 상회하는 이본의 수량이 《택리지》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인기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수많은 이본 가운데는 시기별・지역별・당파별로 필사자가 자의적 개작을 시도한 경우가 다수 포착된다. 그중 기존의 정본화 작업으로 수렴할 수 없는 유의미한 기록을 담고 있는 이본, 독창적인 편목과 구성으로 재편한 이본 등 30종을 선별하여 DB로 구축하는 사업을 수행하였다.
‘《택리지》 이본 종합DB’ 과제를 진행한 결과, 정본에 실리지 않은 중요한 정보가 여러 이본에 산견될 뿐만 아니라, 방대한 이본 중에서도 내용 및 형식상에 몇몇 특정한 경향성이 발견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그 특징적 사례를 네 가지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일례로 「팔도론」의 ‘전라도’ 조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이 이본마다 추가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평양의 연광정(‘평안도’ 조)이나 양근의 미원촌(‘경기도’ 조) 등과 같이 특정 장소에 얽힌 유래를 더욱 풍성하게 보충한 경우도 발견된다. 또한 치원본 《택리지》의 ‘황해도’ 조와 같이 특정 지역을 바라보는 이중환의 시각과 상반된 평가를 내린 경우도 보인다. 한편, 《동국산수록》 계통의 이본군에서는 편목 및 구성을 과감하게 개편하여 전혀 다른 형태의 《택리지》로 변모한 양상도 확인할 수 있다.
‘《택리지》 이본 종합DB’ 연구 성과는 향후 고전 텍스트 DB화 사업에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평가한다. 첫째, 《택리지》 이본에 대한 번역 및 연구를 통해 각 이본이 지닌 시대적・사상적・문화적 의미를 도출할 수 있다. 둘째, 종래 광문회본 《택리지》에 천착했던 연구에서 벗어나 이본을 활용한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정보를 도출할 수 있다. 셋째, 일반적으로 정본화 작업이 완료되면 도외시하던 이본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향후 이본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본 사업의 성과가 디지털 인문학적 방법론을 적용한 고전 문헌 연구의 발전에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주제어 : 이중환, 《택리지》, 이본 연구, GIS, 디지털 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