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八家手圈》은 茅坤의 《唐宋八大家文鈔》를 底本으로 하여 正祖가 직접 節錄한 구절들을 문인별로 분류하여 엮은 문헌으로, 정조의 親撰 抄本 《四部手圈》중 하나이다. 본고는 정조가 이전에 같은 저본을 대상으로 選本 《八子百選》을 편찬하고서 재차 초본을 편찬하였다는 사실에 집중하여, 두 문헌을 비교하고, 《팔가수권》의 절록 내용을 분석하는 연구방법을 통해 그 편찬 의도를 추측하였고, 그 결과 선행연구에서 제시한 바와 달리 《팔가수권》은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정조 본인이 중요한 구절을 완전히 외워 체득하는 암송공부를 위해 편찬한 문헌이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그 근거로는 첫째, 정조의 선본과 초본은 초록과 암송을 중시하는 그의 학문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기능에 따라 구분된다. 둘째, 정조는 《팔가수권》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권점을 치는 행위 자체를 朱子를 계승하는 것으로 인식하였으며, 이에 초록한 구절에 대한 논평은 일체 생략하였다. 셋째, 《팔가수권》은 문체와 문인, 작품명 등의 정보보다 초록된 구절을 강조하고, 작품명 중 인명이나 직위명, 지명 등에 해당하는 글자는 생략하였으며, 목차 없는 구성으로 편찬되었다. 이러한 구성상의 특징은 《팔자백선》과 상반되는 부분으로, 정조가 이 문헌을 편찬할 때에 독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넷째, 절록 양상에 있어 정조 특유의 과감한 절록 방식은 《팔가수권》이 지닌 학습서로서의 완성도를 낮추고 있으며, 반면 排比句의 선호는 이 문헌의 편찬 목적이 암송용 도구라는 점을 추측케 한다. 절록 내용 분석 결과로는, 정조가 이상향으로 여긴 시대와 인물들의 고사가 구체적으로 묘사된 구절과 治世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구절을 다수 수록하고 있었다. 이는 임금인 정조 본인에게 유용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신하 입장의 문인들이 읽었을 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주로 선별한 《팔자백선》과 반대의 면모에 해당한다.
이처럼 《팔가수권》은 그 편찬 의도가 《팔자백선》과 다르며, 단순히 저본이 동일하다는 사실로 인해 이 두 문헌을 같은 선상에 두고 논하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정조의 선본과 초본이 차이를 지닌다는 점을 규명하고 문헌 내적 분석을 통해 그 편찬 의도를 추측한 것에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주제어 : 《八家手圈》, 正祖, 《四部手圈》, 抄本, 御撰書, 唐宋八大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