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본고의 목적은 한국 근대양명학의 嚆矢로 평가받는 白巖 朴殷植(1859~1925)의 근대적 심학을 그가 최후의 깨달음에서 제시한 ‘眞我’의 관념을 중심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백암은 유교의 전통에서 朱學과 王學을 모두 ‘道學’으로 인정하였지만 과학과 병행하면서 도덕적 인격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왕학이 현대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는 ‘의념[意]’과 ‘지식[知]’으로 구성한 ‘진아’를 제시하였는데, ‘의념’은 義理와 情慾의 발동기로서 眞僞와 善惡의 구별이 생기므로 도덕적 책임이 문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大學》에서 제시한 ‘誠意’의 공부가 중시되었으니, 성의는 실존적 僞善을 벗어나 ‘眞誠’과 ‘至誠’의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공부였다. 백암은 의념의 원천이 되는 지식을 見聞의 지식과 本然의 지식으로 구분하고 각각 과학과 철학의 영역에 대응시켰다. 특히 그는 본연의 지식을 통한 자기 성찰의 방식으로 견문의 지식을 간접적으로 주재하는 길을 제시하였다. ‘致良知’의 과제에서 ‘致’는 공부이고 ‘양지’는 본체가 되는데, 《王陽明先生實記》(1910)에서는 ‘양지’의 본체보다 事上磨鍊 중심으로 ‘치’의 공부를 중시하였다. 1925년 그의 최종적인 깨달음에서는 양지의 본능인 靈明이 모든 것을 주재할 수 있도록 마음의 오염을 부단히 정화하는 공부가 강조되었다. 다시 말해 《왕양명선생실기》에서는 구체적인 일의 실천을 통해 양지를 단련시키는 사상마련이 강조되었다면 최후의 깨달음에서는 양지 자체의 淨潔과 光明을 유지하는 내성적 실천이 중시되었다. 당시 량치차오(梁啓超)는 본질과 현상을 구분하고 자유로운 생명의 본질을 진아로 생각한 칸트(Kant)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불교의 ‘眞如’와 왕학의 ‘良知’를 진아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백암은 《대학》의 구도에 기초해서 의념과 지식으로 구성된 진아를 구성하였으니, 그의 진아는 양지의 본체뿐만 아니라 실존의 현실에서 공부하는 주체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개성이 있었다.
주제어 : 朴殷植, 心學, 眞我, 良知, 《王陽明先生實記》, 事上磨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