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이 논문은 1910년대 초, 재러한인사회를 대표하는 《권업신문》과 《대한인졍교보》의 기사를 분석함으로써 1900년대의 민족주의가 계승되고 굴절된 면모를 확인하고자 했다. 개인을 민족/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원자로 호명한다는 점에서 재러한인사회의 민족주의는 분명 1900년대식 열혈주의를 계승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망을 기점으로 효력을 급속히 상실한 실력양성론과는 다른 자리에서 민족주의의 ‘진화’가 요청되었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재러한인매체는 완전한 ‘준비’ 없이도 독립을 꿈꿀 수 있다는 ‘정신주의’의 길을 제시했다. ‘실력’ 대신 ‘정신’의 잠재력에 방점을 두는 사유와 감성은 크게 세 가지 담론-영웅 담론, 인성진화론, 동정 담론-을 통해 드러났다. 이것들은 문명의 위계와 약육강식의 논리를 회의하고 새로운 대안적 세계관을 모색하는 반진화론적인 사유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간 《권업》과 《정교보》는 강한 민족의식을 표출한 항일언론으로 설명되었으나 매체에 내포된 다기한 성격은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논문은 국망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구국운동이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와 그 양상을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더불어 단순히 민족주의의 심화로 환언할 수 없는 민족의식의 균열의 지점을 탐색했다는 점에서 재러한인의 ‘실존’을 다루는 고려인 연구의 초석을 놓는 작업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주제어 : 1910년, 민족주의, 《권업신문》, 《대한인졍교보》, (사회)진화론, 정신주의, 영웅담론, 인성진화, 동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