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유가 문화권에서 ‘玩好’의 원리는 ‘比德’의 체계로 설명되면서 사물과 사람의 유비 관계에 따라 사물에 대한 완호를 ‘유사성’의 원리로 말하게 된다. 더욱이 비덕의 유사성 원리는 《주역》의 ‘氣類’와 맞물려 각기 자기와 비슷한 ‘類’를 좋아하게 되는 것으로 논의되는데, 서로 비슷한 부류로 묶여지는 ‘기류’의 체계에 따라 완호하는 물건들은 그 사람의 정체성은 물론이고 그가 위치한 문화적 계급성을 알려주는 상징성을 함축하게 된다. 그리고 완호물의 ‘雅俗’은 곧 그 사람의 아속과 연결된다.
실제로 ‘기류’의 원리는 지식인들의 여가 생활에서 향유하는 여러 완호의 대상에 적용되었으며, 나아가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號’나 ‘堂號’에도 투영되었다. 완호의 대상과 사람 간에 동일시되는 ‘기류’의 원리에 따라 조선 지식인들은 ‘고상한 물건’을 애호하는 ‘고상한 사람’이라는 등식 관계로 자신의 완호를 설명하는가 하면, 고대 성현과 명사들을 끌어들여 같은 부류(同類)라는 입장에서 자신의 완호를 ‘고상한 물건’을 애호하는 ‘고상한 부류’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이렇게 완호물을 매개로 그 사람이 속한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흐름 속에서 고상한 완호를 공유하려는 풍조는 더욱 심화 확산되고 있었다.
주제어 : 玩好, 比德, 氣類, 雅俗, 자아 정체성, 문화적 계급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