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이 논문은 최민화의 회화 연작 <Once Upon a Time>을 한국 근현대미술에서 취약한 장르였던 역사화의 공백을 메꾸는 시도로 파악한다. 최민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고대의 신화를 형상화하는 작업에 몰두하였고, 2020년 7월까지 32점의 채색 유화로 구성된 <Once Upon a Time> 연작을 완성한다. 작가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르네상스와 힌두의 신상, 조선의 민화, 불화, 도석화의 양식을 습득하여, 각기 다른 도상들을 조합, 변주, 배치, 생성하는 특유의 방법론을 전개해 나갔다. 이는 고도의 드로잉 테크닉과 한국화의 예리한 필선, 그리고 전통 오방색과 힌두의 문화적 색채를 혼성한 맑은 파스텔 색감과 합치되어 <Once Upon a Time>을 관통하는 스타일로 거듭난다. 동서고금의 회화적 언어를 횡단하며 작가는『삼국유사』에 자신의 이야기를 덧입힌다. 그의 작품 속에서 고대는 민족주의의 사상적 구속에서 해방된 원초적인 혼성 공간, 모든 것이 인류사적으로 연결된 보편적 시공간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이를 이끄는 것은 민중의 건강한 삶과 노동이다. <Once Upon a Time>은 현대의 관객에게 주권, 영토, 국민국가와 같은 근대의 지정학적 질서를 재사유하고, 그 너머의 또 다른 세상을 풍성한 회화의 언어로 상상토록 이끈다.
주제어 : 최민화, <Once Upon a Time>, 歷史畵, 고대, 三國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