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본고는 「슬픈偶像」과 「삽사리」, 「溫井」 등을 재해석함으로써 후기 시의 바탕에 놓인 정지용의 신학적 사유와 그 가치를 가늠하고자 한다. 이 시 세 편의 공통된 시적 소재는 ‘나―그대’의 관계(사랑)이다. 이를 중심으로 「슬픈偶像」에서는 ‘신/인간’의 관계에 대한 탄식 어린 물음이, 「삽사리」와 「溫井」에서는 그러한 물음에 대한 자답(自答)으로서 정지용의 신학적 사유가 개진된다. 이 세 편의 시에는 절대자와의 거리감을 신앙(관계)의 일부로 수용하고자 하는 존재의 용기에 대한 사유가 깃들어 있다. 신의 부재로 경험되는 고난의 순간이야말로 절대적 믿음을 깨닫는 계기이며, 신앙은 신과 자아의 ‘거리감’을 상호귀속적 관계(사랑)의 본질로서 끌어안았을 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신학적 사유 속에서 시인의 신앙은 신이 나를 구원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아니라 신이 부재하는 상황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순종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주제어 : 정지용, 신학적 사유, 존재의 용기, 신앙, 신정론, 순종, 상호귀속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