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최근에 새로 발견된 『震閥彙攷續編』이라는 문헌은 『호산외기』 『이향견문록』 등 19세기의 인물 기록 모음집과는 여러 가지로 다른 면모를 지녔다. 『진벌휘고속편』에는 1천여 명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상층의 인물부터 중인층과 서얼층, 그리고 여성과 기층민이 포괄적으로 집성되어 있다. 필기・야담・유서 등의 방대한 문헌을 활용하여 다양한 계층의 다채로운 인물을 망라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인물 집성이라 칭할 만하다. 그러나 『진벌휘고속편』은 편자, 편찬시기, 편찬의 의도와 세부 원칙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은 데다, 실제의 인물 편성도 체계적이지 못한 면모를 보인다.
이러한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진벌휘고속편』은 『진휘속고』의 통합 재구성본으로서 이전의 인물지와 구분되는 새로운 특성을 지녔다. 첫째, 계층적・시대적 국한성을 넘어서는 통합적이며 통사적인 인물 기록 집성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 편성이 정교하거나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진벌휘고속편』은 우리나라 역대 인물들을 일국적 시야에서 分門하고 그에 따라 類聚한 결과물이다. 중인층 중심의 『호산외기』 『이향견문록』, 서얼 만을 대상으로 한 『규사』 등과는 현격히 다른 측면이다. 그 점에서 『진벌휘고속편』은 저본 『진휘속고』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재편성 과정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일국적 규모의 인물 편성을 보여준다. 둘째, 외형적으로 상하층 통합적이면서도 실제 내용에서는 서얼・중인・여성・常賤 등에 특별히 비중을 두어 인물을 편차했다는 점이다. 이는 역동적 민간 기원의 기담의 중시라는 조선 왕조 해체기의 시대성과 연관되는 문제이다. 셋째, 정사 및 관찬서 뿐 아니라 필기・야담・한문단편소설 등을 대거 활용하여 비역사적 성격의 인물들까지 포용하고, 이를 통해 민간 인물 奇譚의 흥미성을 보다 강조했다는 점이다. 인물 집성에 있어서 『진벌휘고속편』 편성이 보여주는 이러한 탈계층적 면모는 미증유의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1918년에 편집된 『일사유사』가 여전히 전근대적 가치와 분류 체계에 매몰되어 장지연 당대의 시대성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점과 비교할 때, 『진벌휘고속편』은 왕조 해체기 민간의 역동성이라는 시대상의 한 부면을 담아냈다고 판단된다. 요컨대 『진벌』에는 1871년 이후부터 애국계몽기 사이의 왕조 해체기의 시대 의식이 담겼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선행 연구에서 지적한 바 『진벌』이 “당대 이념과 가치, 당대의 질서 안이 아닌 밖의 인물 정보를 담아내려는 자체는 시대적 의미를 지니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은 새롭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 즉 『진벌』이 집성한 민간 인물 기담의 역동성은 19세기의 시정성과 연결되면서도, 보다 일국적이고 계층통합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점에서 거리가 있다. 『진벌』에는 왕조적 시대 의식보다는 조선 왕조 해체기 또는 근대 전환기의 시대 의식이 보다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거기에 인물 기담록으로서의 흥미성을 중시하는 편집 의도를 지녔기 때문에, 필기・야담・한문단편 등의 다양한 장르가 포용되고, 계층적으로 상층의 인물보다는 서얼・중서층・여성 및 기층의 인물에 비중이 보다 두어졌던 것이다.
주제어 : 『震閥彙攷續編』, 『진휘속고』, 인물지, 奇譚, 인물 기담록, 19세기, 근대전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