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 순수, 전후, 참여-대한민국 문학의 형성과 매체(이봉범 저) 2023년 간행
여기에 수록한 글은 필자가 지금까지 계속 연구해 오고 있는 문학의 역사적·사회적 존재방식에 깊숙이 관여한 매체, 검열, 전향, 번역, 등단, 문예기구, 법제 등 해방 후 문학제도사 연구 중 문학텍스트의 생산-유통-수용 체계의 드러나지 않았던 지점들에 대한 보고로서 최소한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모은 것이다. 비록 수록된 논문들이 발표 당시에는 해방 후 문학제도사 연구가 막 시작 단계였기에 그래도 좀 쓸모가 있었으나 지금 시점에서 보면 낡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문학텍스트를 가로세로로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맥락들, 즉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빙산(氷山)의 여러 지층에 대한 이해는 문학 연구의 외연이 확장되는 추세와 부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책의 전체적 구성은 해방~1960년대 매체와 문학의 관계를 중심에 놓고 전향, 순수, 전후, 참여 등 문단·문학 장의 거듭된 재편과 유관한 요인들에 대한 탐색을 결합시켜 배치했다. 제1부는 해방기 정치적 해방과 경제적 파탄의 모순 속에서 문학 장의 재편이 이루어지는 역동적 과정과 이로부터 파생된 한국현대문학의 제도적 시원을 고찰했다. 제2부는 열전(한국전쟁)과 혁명(4·19혁명) 사이, 전후의 문화(학)적 구조 변동의 몇 가지 중요한 지층을 탐사해 열전과 혁명의 계기적 연속을 구명해보려 했다. 제3부는 4·19혁명과 5·16쿠데타가 교차하며 등장한 권위주의 통치시대 문학의 존재를 다른 제도적 장치와의 연관 속에서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