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호적,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위하여(손병규 외 저) 2020년 간행
조선왕조 호적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전문 학술서
호적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한 연구는 ‘3년마다 반복해서 호적이 작성되기까지 호구가 어떻게 출입하고 직역이 왜 변동하는지’ 하는 등의 호구편제 원리와 호구정책=‘호정’의 목적을 가설적으로 제시해왔다. 실제와의 간극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밝힘으로써 호적자료로부터 사회현실에 접근하기 위한 방안이 제안되기도 했다. 그러한 노력은 “호적이 인위적으로 작성되어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연구자료로서 호적의 가치는 축소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사회에서 저출산-고령화의 급격한 진행이 인구문제의 특징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그러한 현상의 최대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급속한 경제발전에 있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또한 가장 유효한 해결방법은 사회복지정책의 과감한 시행과 시민 스스로의 자율적 협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한 가능성의 밑바탕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는 역사성이 축적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멀리 조선왕조 호적에서도 그러한 역사성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호적과 관련한 다양한 시각이 의미를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의 1부 “시대를 넘어선 호적의 존재와 그 의미”에서는 조선왕조로부터 시공간을 넘어 호적과 관련된 자료를 상호 대조하고 비교하는 연구들을 배치했다. 조선왕조에는 어떠한 목적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호구조사가 이루어졌는가에 대하여 더욱 심도 있는 관점을 발견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중국 고대의 호구정책과 그 이후의 변화를 포함한 비교사적 관찰에서 조선왕조의 호구조사가 갖는 특징을 더욱 명확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부 “신분의 계승과 변동을 추적하는 새로운 방법”에서는 호적상의 직역 및 신분 기재로부터 사회계층적 현실을 추정하는 연구들을 모았다. 대표적인 방법은 여러 시기의 호적에서 동일인을 연속적으로 관찰하여 가족이나 가계를 추적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방법은 조선왕조 호적이 중국 호적과 다른 또 하나의 특징, 즉 송대(宋代) 이후의 중국과 달리 양천신분 및 직역이 지속적으로 기재되며 신분제적 파악을 위해 부모 양측의 계보, ‘사조(四祖)’가 기록된다는 점에서 가능했던 일이다.
3부 “지역과 친족네트워크, 그리고 역사인구학”에서는 호적자료를 이용하여 사회집단과 사회네트워크의 현실을 추적하고 혼인과 출산을 계기로 하는 인구학적 관찰방법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