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학의 새로운 모색(안대회 외 저) 2018년 간행
고전 문헌이라는 다양한 대상을 고전학이란 시각에서 심층적으로 검토한 이 책은 14편의 논문을 통해 한국 고전학의 여러 측면을 보여준 전문 학술서
이 책은 고전학을 새롭게 모색하려는 취지에 부합하는 논문 14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수록된 논문은 한국 고전학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단행본으로 묶을 만한 가치와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 책은 4부로 나누어 편집되었는데, 각 부의 특징 및 개별 논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제1부 ‘고전학 서론’은 고전학의 개념과 범위, 서양과 동양의 고전학에 대한 접근 방향을 다룬 3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안대회의 논문은 한국의 국학이 고전학이란 명칭을 통해 보편학문으로 나아가야 하며, 정전화와 정본화를 통해 고전학의 기초를 확립해야 할 단계임을 주장했고, 안재원의 논문은 보편학문으로서 서양고전문헌학의 소개를 주축으로 하되 동양의 문헌학과 관련성을 함께 논했으며, 衣若芬의 글은 동양 고전학의 새로운 범주를 설정해 텍스트와 도상을 연관해 연구하는 ‘文圖學’이란 새 개념을 설정하고 그 가능성을 탐색했다. 각 영역에서 고전학의 개념과 의의, 연구 방향을 다루고 있어서 이 책 전체의 서론에 해당한다.
제2부 ‘고전학 방법론’은 4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노명호의 논문은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등 고려사 문헌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로서 친족제도유형의 개념체계를 사례로 들어 사료해석과 사실 파악의 문제를 검토했고, 김경호의 논문은 전국(戰國)과 진한(秦漢)시기 출토문헌자료와 <사기(史記)> ?진시황본기?를 비교 검토해 진시황의 사망과 관련한 역사적 사건에 관한 새로운 견해를 도출했고, 권기중의 논문은 조선후기 호적대장의 현황과 연구 방향을 검토해 조선후기 사회의 모습을 재구성하는 문제를 다루었으며, 이영호·함영대의 논문은 디지털 경전주석학이란 이름으로 한국경학자료시스템을 분석해 한국의 경학자료 DB 구축과 이를 활용한 경학연구의 새로운 지평과 방법론을 살펴보았다.
제3부와 제4부 ‘고전 자료 새롭게 읽기’는 모두 7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는데, 먼저 제3부의 권순회의 논문은 시조집이란 문헌에 초점을 맞추어, 작자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無名氏의 작품을 중심에 놓고 18세기 가집 편찬의 흐름을 분석해 시기별 특성과 계보를 탐색했고, 정우봉의 논문은 申光河의 <遊白頭記>, 洪重一의 <白頭山日記>, 金肇彦의 <白頭山記>를 학계에 처음 발굴해 소개함으로써 백두산 유기를 확장했으며, 이창숙의 논문은 ?동상기?를 비롯한 조선의 한문극본 3편을 분석해 희곡으로서 지닌 체제와 장르적 특성을 도출했다. 3부에 실린 글은 문학의 영역에 속하는 고전 문헌 가운데 시조집, 유기, 희곡과 같은 특정 분야의 자료를 연구하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제4부에서 정민의 논문은 정약용이 저술한 미완의 저작 <備禦考> 30권의 행방을 추적한 것으로,. 저작자와 권수, 내용 등 여러 면에서 혼동되어 무관심 속에 방치된 국방 관련 중요한 문헌을 추적하고 고증해 저작자와 권수 등을 복원했다. 진재교의 논문은 조선후기의 서류(類書)와 인물지(人物志)라는 문헌에 주목해 주요한 유서와 인물지를 조사하고 분석해 지식·정보를 집적하고 분류하는 문헌의 서술적 특징을 분석했으며, 박철상의 논문은 대표적인 금석문 탁본첩과 목록집을 조사하고 분석해 조선시대 금석문의 정리 현황과 정리 방향을 제시했으며, 백민정의 논문은 <增補 明南樓叢書>에 수록된 여러 작품들을 통해 최한기 사상을 주자학과의 관계에서 재조명했다.
이 책에 수록된 논문들은 일반적인 관점에서부터 특수하고 구체적인 분야까지 한국 고전학의 여러 측면을 고루 다루면서 글쓴이의 전문 분야와 관심사에 따라 다채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이 책이 고전 문헌을 다루는 전문 연구자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젊은 연구자들에게 제공된다면 연구와 사유의 폭을 넓히고, 참고와 독서에 편리함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고전 문헌이라는 다양한 대상을 고전학이란 시각에서 심층적으로 검토해본 이 책이 대동문화연구원의 새로운 60년을 위한 기초가 되고, 나아가 21세기 인문학 연구에서 한국 고전학이 더 과학적인 토대 위에서 인류 보편의 가치를 드러내는 학문적 단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과 자극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