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한 실학자의 발견-사상사의 이단아, 백운 심대윤(진재교 외 저) 2016년 간행
사상사의 이단아 백운 심대윤의 사상과 경학, 문학적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엮은 전문 학술서
최근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원장 : 진재교)에서는 19세기 사상가 백운 심대윤을 조망한 연구서를 출간했다. 근대 저명한 국학자 위당 정인보 선생은 역사학의 이익과 안정복, 정치학의 정약용과 함께 심대윤을 ‘조선 경학의 빛’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번 연구서는 한국 대학의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대동문화연구원에서 묻혀진 한 실학자의 저술을 모두 발굴하여 전집으로 간행하고, 그 중 핵심적인 글 일부를 교감 역주한 다음 최종적으로 연구 성과를 총괄하여 종합적인 과정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뜻 깊은 결과물로 평가된다.
심대윤의 저술과 학문적 성과는 1990년대 成均館大 대동문화연구원에서 편찬한 <한국경학자료집성>을 계기로 빛을 보기 시작하였다. 10여 년 동안 <한국경학자료집성>을 통해 한국 경학 저술의 성과를 정리한 이후, 2005년에는 심대윤의 경학 성과를 바로 알기 위하여 전국에 흩어진 관련 글을 모아 <심대윤전집>(3책)으로 간행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학계의 주목을 끌고, 이후 풍성한 학적 성과도 있었다. 학술 논저를 비롯하여 <복리전서(福利全書)>, <논어>를 번역한 것은 그러한 예다. 이어서 2015년에는 심대윤이 30대 시절부터 지은 시문을 문집체제로 재편집하여 충실한 주석과 함께 번역한 <백운 심대윤의 백운집>(사람의 무늬)이 간행됨으로써 그의 삶의 이력과 함께 그의 사상과 학문 배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 <심대윤전집>에 수록되었다가 증보된 백운 심대윤 연보는 심대윤의 일생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학계의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 최근 출간된 이 책, <19세기 한 실학자의 발견―사상사의 이단아, 백운 심대윤>은 심대윤의 사상과 경학, 그리고 그의 문학적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엮은 것이다. <백운 심대윤의 백운집>의 간행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학술대회를 통해 규명한 결과물과 함께 기왕의 성과물 중에 심대윤의 사상과 경학적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성과를 함께 엮은 것이다.
이 연구를 기획한 진재교 교수(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장)는 “이 책에서 제시한 글이 모두 기왕의 모습과 사뭇 다른 이단아 심대윤의 사상체계와 경학 세계를 비롯하여 삶의 진면목에서 우러나온 글쓰기 방식과 그 성과를 적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그간 학적 공간에서 배제된 심대윤의 성과를 복권시키고, 묻혀있던 19세기 한 실학자에게 숨을 불어 넣어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진재교 교수의 말대로 백운 심대윤(1806~1872)은 사상사의 이단아다. 그는 경학 저술을 비롯하여 120권이 넘는 업적과 독특한 사상체계를 세운 실학자로 정약용과 최한기에 비견된다.
심대윤은 역모 사건에 연루된 폐족의 후예로 태어나 양반의 삶을 포기하고, 일반 민의 처지로 삶을 영위하였다. 그가 오랜 기간 살았던 경기도 안성은 상공업의 중심지였다. 이곳에서 심대윤은 오직 생존을 위해 밥상을 만드는 수공업에 종사하기도 하고, 약국을 경영하며 인간의 욕망과 리(利)를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 특히 그는 체험을 학문 연구로 전환하여 독특한 사상과 성과를 정립하였다. 삶의 체험 현장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이익 추구의 심성을 재발견하고, 공공성과 함께 리(利)를 옹호하였던 바, 그가 ‘복리(福利)’와 ‘공리(公利)’를 비롯하여 ‘천하동리(天下同利)’를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심대윤의 풍부한 학적 성과는 당대 학문 풍토로 보면 거의 이단적 성격에 가깝고, 논리는 거칠고 과격하다. 하지만 자신의 삶의 체험을 경학 저술과 역사 인식에 접목시키는 방식은 선명하고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동사(東史)>와 <전사(全史)>를 집필한 것이라든가, 당대 현실에 바탕을 둔 경학 해석 등도 모두 이러한 학문관의 소산이다. 심대윤의 학문은 주로 경학에 있고, 사상의 이론과 논리는 주로 산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9편의 글을 3부로 구성하였다. 1부는 심대윤의 사상적 면모를 파악한 3편의 글을 모았다. 심대윤의 사상적 기저가 복리(福利)와 공리(公利)에 있음과 그것이 지니는 시대적 의미를 밝혀 놓았다. 이를 통해 그의 사상적 지향은 유학사상과 결절점을 보여줌을 확인할 수 있다. 2부는 대체로 심대윤의 경학이 朱子를 배격하는 반주자학적 지향과 함께 현실 개혁과 경세제민을 위한 양상을 제시하였다. 심대윤이 남긴 <시경집전변정(詩經集傳辨)正>과 <주례산정(周禮刪正)>, <논어> 등의 경학 저술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다. 3부는 비극적 가족사를 배경으로 한 심대윤의 고단한 인간적 고뇌와 자기 독백, 여기에 글을 남기고자 하는 그의 신념과 사명감의 문학적 변용을 포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