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다수의 남한과 북한 예술가들은 모두 개념과 도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감각적 체험에 주목했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 예술가들이 감각에 주목해야 했던 이유는 크게 달랐다. 먼저 4.19의 좌절로 인해 남한 예술가들의 마음에 자리하게 된 ‘뿌리가 뽑혀진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어떤 조각이라든가 감각이라도 뭔가 확실한 것이 되도록”하는 경향을 낳았다는 주장에 주목할 수 있다. 1970년대 남한 예술가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념에 대한 적대감에 주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위 피부문학은 완결성을 갖춘 리얼리즘을 요구하는 논자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마찬가지로 현실적 조형언어를 갖춘 미술을 원했던 논자들은 지각의 직접성을 강조하는 예술가들을 공격했다. 한편 1960년대~1970년대 북한예술가들은 이념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서, 또는 이념을 거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배이념을 확증, 선전하기 위해서 감각적 체험에 주목했다. 즉 그들은 예술의 비현실적인 내용(사회주의적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더욱 심각하고 더욱 생동하게 독자들을 자극할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일반화의 약점을 일반화의 역할을 약화시킴으로써 해결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반화에 절절한 구체적인 생활감정을 부단히 배합하는 과정을 통해서 일반화의 위력을 더욱 과시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접근법을 취함으로써 북한 예술가들은 감각에 호소하는 자극의 강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하고 진부해져 버린다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해야 했다. 예술가들이 자기 작품을 통해 독자와 관객들을 더욱 강하게 충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임헌영이 1971년에 제시한 분류법에 따라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의 남한문예를 탈출성에 경도된 예술로, 같은 시기 북한문예를 완결성에 경도된 예술로 분류할 수 있다. 이로부터 지금 우리가 문제 삼는 남북한 문예의 극명한 차이가 도출됐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예술가는 언제나 자기에게 결핍된 것을 욕망한다. 즉 탈출성에 경도된 예술은 완결성을, 완결성에 경도된 예술은 탈출성을 욕망할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관찰로부터 우리는 1970년대 이후 남북한 문예의 변동을 비교 관찰하기 위한 유의미한 틀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주제어 : 완결성, 탈출성, 감각, 피부문학, 트리비얼리즘, 단색화, 북한문학예술, 리얼리즘, 사회주의리얼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