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이 글은 일제말 전시체제기 ‘사실의 세기’의 대표적 문학형식으로서 보고문학의 생산이 강요되었던 위기적 맥락에 주목해, 르포르타주적 글쓰기와 관련된 정치적, 미학적 문제를 숙고하고자 했다.
기존의 질서, 가치, 규범 등이 위기 상태에 처해지는 순간, 말과 사물이 맺어온 기존의 관계가 붕괴되거나 위태로워지고 새로운 관계가 모색된다. 이 위기 상태는 늘 그때그때의 사실과 대면할 것을 요구해 왔고, 르포르타주적 글쓰기는 그 요구에 응답해 왔다. 1차 세계대전 후 아방가르드의 자율성 예술 비판, 마르크스주의 문화운동의 선전과 연대, 전쟁시기(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한국전쟁까지)의 종군문학 등이 그 응답의 일부였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일제의 식민지 전시체제는 예외상태를 상례화하는 전선/총후의 정치적-의미론적 장치 아래 문학을 포획해 전선의 ‘사실’을 보고할 것을 강요했다. 이로써 근대 문학의 제도적 존립 근거들과 개인의 자율성 신화가 심각하게 의심받게 되었으나, 위기의 글쓰기로서의 르포르타주는 공식 미디어에 흡수되었고, 문학 자체를 ‘보고’로 만들어버리는 자폐성을 극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속도, 탈개성성, 조직력이라는 특성을 갖는 반[半=反]-장르로서 르포르타주는, 분리되었던 것을 연결하면서 문학을 다른 사용에 맡기는 실천의 일부로서 잠재력을 간직하고 있다.
주제어 : 르포르타주, 사실의 세기, 위기, 아방가르드, 볼셰비키적 대중화, 전선/총후의 정치적-의미론적 장치, 속도, 탈개성성, 조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