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초록
이 논문은 장편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어니스트 헤밍웨이, 1940)와 그에 기반한 同名의 영화(샘 우드, 1943)를 초점으로 하여 스페인 내전(1936~39)이라는 사건이 한국에서 이념적‧정치적으로, 또한 문화‧예술의 부문에서 어떻게 수용돼 왔는지 개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스페인 내전은 한국전쟁과 자주 비교돼 온 사건이다. 10여 년의 시차를 두고, 두 사건은 좌파와 우파가 무장 충돌한 내전이자, 각 세력별로 해외의 군사‧정치‧문화적 지원이 집결한 국제적 전쟁이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한국에서의 학살〉이 상징하듯 세계적 작가‧예술가들이 정치적 관심을 표현하고 또 작품으로써 주제화한 사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한국전쟁이 우파 정부가 북한의 사회주의 정권에 맞서 국가를 수호한 전쟁이었다면, 사건 당시 한반도의 국내외 여론에서 스페인 내전은 좌파 정부가 파시즘 반군에 맞서 인민민주주의를 지키려 한 전쟁으로 의미화됐다. 즉 사건의 의미는 대칭적인 데 가까웠던 것이다. 물론 이 대칭의 환경은 복잡했다. 1930년대 후반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로서 국제 파시즘 연대에 가담했던 일본 정부와 복잡한 관계에 놓여 있었다는 점, 또한 1945년 이후 냉전적 국제 정치가 비단 좌우에 의해 분리됐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모델화‧실천 양상(전체주의/독재 대 민주주의)에 따라 분기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스페인 내전과 한국전쟁은 때로 겹치고 때로 충돌하는 의미망을 생산해 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스페인 내전에 대한 1930년대 당대의 반응은 대부분 망각됐으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원작 및 영화)가 미국‧소련에서 모두 금지되거나 불온시될 때 한국에서는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는 특이한 격차와 굴절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논문에서는 그런 혼란 또는 굴절의 생산성을 조명하고, 그 바탕에 깔린 ‘몫 없는 자들의 연대 의식’이 내전적 대결을 돌파할 동력이 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보고자 했다.
주제어
스페인 내전, 인민전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헤밍웨이, 김기림, 파시즘, 한국전쟁, 냉전, 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