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초록
제5공화국 시기는 풍속검열의 완화와 사상검열의 강화라는, 양자의 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하다. 이 간극에서 새로운 문화적 징후가 발견되는바, 그것은 다름 아닌 비속의 역습이라 할 만한 현상이다. 풍속검열의 대상이던 비속성은 검열당국의 유화적인 틈새에서 번성하여 기존의 규범화된 질서를 흔들고, 억압된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하는 충동과 결합하여 사상검열의 대상이 된다. 검열권력이 1980년대 중반 ‘외설영화 규제’를 내세우고 비속 검열을 강화한 것은, 이 비속 문화가 과거의 풍속 패턴과 전연 다른 형세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비속한 것의 압력은 기성의 예술 관념에 의문을 던지는 새로운 주인의 출현을 의미하는바, 이는 한국사회의 변혁을 꾀하는 민주화 역량의 성장과 함께 시대정신이 된 민중주의와도 상통한다. 이 연구는 연극 각본심의 사례를 중심으로 하되 문화변동의 양태를 참조하여 풍속검열의 대상이자 비예술의 지표로 꼽혀온 비속이 반검열의 실천이 되는 역사적 과정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비예술이 예술이 될 때, 비속의 주인은 비로소 명실상부한 ‘대중’이 되고,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고 개입할 권리가 보장된 시민이 된다. 그런 점에서 1980년대 비속의 역습은 민주주의의 부정적 해석본으로서 향후 한국대중문화가 만개하는 원점이라 할 만하다.
주제어
검열, 공연윤리위원회, 매춘, 비속, 시민권, 외설, 제5공화국, 품바, 풍속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