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초록
이 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기록원의 한국근현대예술사 구술채록연구에 참여한 여성작가 10인(조경희, 송원희, 김남조, 박순녀, 이정호, 박완서, 추은희, 한말숙, 김후란, 정연희)에 주목해 여성문인 관계망의 중심 및 그 의미를 고찰한다. 이들 여성작가들이 어떻게 여성문단의 안팎을 기억하는지를 가장 빈번히 언급된 최정희, 모윤숙, 박경리, 박화성을 통해 그려내고자 한다. 이로써 여성문단에 대한 여성작가들의 목소리를 교차하여, 관련 시대 및 중요 인물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비판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여성작가들이 문단의 지원 및 압박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관계망을 창출했는지를 전체적으로 정리하자면, 이들이 비공식적 사적관계에서 연원하였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예술계 및 예술단체, 그리고 학연을 중심으로 엮여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다양한 직군 및 직업 관계가 아니라, 최정희의 경우는 입사 과정에서의 등단제도와 관련하여, 모윤숙은 냉전 하 문단과 정치의 관계에서 주로 호명되었다. 대조적으로 박경리는 이론없는 여성거장으로 그와의 개별적 인연으로 언급되는 반면, 박화성은 명실상부 여성문단의 대선배로 상징적으로 호명되고 있다.
다음으로 이들 여성작가들의 구술채록 내용을 본격적으로 살펴보자면, 박화성을 존경받는 선배 작가로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 식민/냉전 하 매체와 제도 안팎에서 여성문인의 제도적 관계망은 모윤숙과 최정희를 통해서 엮여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탈식민 여성문단이 해방과 전쟁을 통과하며 체제와 이념에 따른 협력과 참여 사이에서 진동하며 스스로를 구성하는 동시에 변형시켜야 했던 사정을 짐작하게 한다. 한편으로 이렇게 공식화된 여성문단이 당대 통념에 따라 규수작가라는 규정에 구속될 수밖에 없을 때조차, 전후 여성가장으로서 최정희와 박경리는 직업적 작가로 생존하려는 여성문인 간 자조의 관계망을 증거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성문인 관계망의 중심들은 여성/문인/문단 형성의 역동성을 볼 수 있게 한다.
주제어
구술채록, 관계망, 여성작가, 최정희, 모윤숙, 박경리, 박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