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본고는 국악음반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1973년 판소리 감상회 방명록을 연구한 최초의 논문이고, 여기 그 자료를 영인하여 처음 공개한다. 이 자료는 지금까지 확인된 판소리 공연 방명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1973년 판소리 감상회는 근현대 판소리 공연의 큰 획을 그었던 뿌리깊은나무 판소리 감상회의 모태가 된 중요한 행사였는데 해당 감상회의 동영상, 녹음, 사진이 아직 발견된 바 없는 상황이기에 이 방명록은 지금까지 확인된 해당 행사의 유일한 기록 원본이다.
이 방명록에 친필이 있는 총 17명을 분석하면 1920~1923년에 출생한 참석자가 많고 학자, 교수, 서울대 출신, 독립운동가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서울대 학파 교수들이 이 감상회를 선도했다고 판단된다. 일부 인사들은 연희전문, 연세대와 관련이 있는데 서울대, 연세대, 국어국문학회를 아우르며 공히 깊게 관련된 인물은 정병욱이고, 이 방명록의 인물들은 대부분 정병욱과 친분 관계가 있는 사람이며 그의 초대에 의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학계에서는 해당 판소리 감상회가 1973년 가을 기독교방송국 연주실에서 개최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왔으나 본고에서 이 감상회의 방명록을 연구하고 성경린의 관련 기록을 찾아내 이 행사가 1973년 4월 4일 기독교방송국 소강당, 5월 12일 기독교방송국 대강당, 가을에 기독교방송국 연주실에서 행해졌다는 사실을 밝혔고 공연한 명창 명단도 일부 처음 입증했다. 1973년 제2회 판소리 감상회의 출연 명창이 박록주와 박봉술이므로 제1회와 제3회도 그와 비슷한 수준의 대가가 출연했으리라 보여지고 제2회 감상회의 사례로 견주어 보면 매회 명창 2명씩 공연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1973년 판소리 감상회와 해당 방명록의 특징은 서명한 참석자들의 면모로 봐서 이 공연이 판소리의 음악학뿐 아니라 국문학, 철학 등 인접 학문도 염두에 두고 개최된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다. 판소리와 관련된 여러 학문들과 연계성을 공고히 하고 정병욱과 친분이 있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이 감상회가 지속 발전될 수 있도록 지지 및 협력 기반을 다지고자 했던 노력도 나타난다. 1973년 판소리 감상회 방명록은 서명을 남긴 학자, 독립운동가, 정치인, 공무원 등의 그간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면모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귀중한 자료이다.
본고에서는 해당 방명록의 서명자들과 공연 출연자들의 인적 사항, 이 감상회 개최를 주도한 이들의 담당 내용을 분류 정리하여 이해를 높였다. 아울러 이 방명록 등을 연구하여 해당 감상회가 이후 1974~1978년 판소리 감상회, 1984년부터 시작된 국립극장 완창 판소리 시리즈 등 국립 기관과 민간 차원의 판소리 공연과 음반 기획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상을 통해 1973년 판소리 감상회가 역사적으로 중대한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그간 관련 자료 부족으로 학계에서 제대로 조명되지 못해 거의 백지 상태로 잊혀진 주요 부분을 알 수 있다.
주제어 : 판소리, 감상회, 방명록, 명창, 정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