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본고에서는 일본 여자 수신 교과서 《婦女鑑》에 등장한 인물 구성이 갖는 특징을 살펴보았다. 연구방법은 주요 메신저로 등장하는 여성 124명의 출신 국가별 분포, 활약 시기의 편차, 그리고 신분 및 사회적 지위 요소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해 그 특징을 분석했다.
기원전 11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총 12개국 124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婦女鑑》은 19세기 후반 일본의 근대 전환기적 양상을 잘 보여준다. 특히 서양 국가의 다양한 편재나 낯선 지역명과 함께 장거리 이동을 하는 인물의 경험이 결합하면서 국경, 인종, 민족 등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여성상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의 중국과 서양에 대한 대국의식의 변화도 알 수 있었다. 이는 일본이 문명국으로서의 자부심을 서양 인물들과 오버랩하고 나아가 일본 여성과 서양 여성을 대등하게 이해하고 평가하는 태도로 이어졌다. 또 여성들은 주로 남성의 계급, 출신에 의해 그 사회적 지위가 소개되고 있었다. 이는 여성의 직분을 딸, 아내, 어머니로 범주화하는 형태로 당시 아내라는 지위가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인지되고 있는 상황을 알 수 있다. 물론 남편을 보조하거나 남성의 자리(역할)를 대체하는 형태가 아니라 온전히 여성만의 능력으로 도덕적 가치를 구현하는 여성상도 등장한다. 이러한 인물의 제시는 당시 기존과 다른 여성성을 재구성하는 것과 함께 새로운 도덕관의 재편과 확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내라는 직위의 재발견과 마찬가지로 자선이 문명화된 도덕률처럼 여겨지는데, 이상적인 여성이 갖추어야 할 자질로 개발된 것이다. 이렇게 범주화된 존재로서가 아니라 여성의 자아실현에 가까운 도전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은 그 당시까지 개념화되어 있지 않던 자립성을 새로운 여성성으로 포섭해 가는 것이기도 했다.
《婦女鑑》은 유교 사회의, 혹은 근대 전환기의 모범적 여성상을 제시하고 이를 내면화하고 있다. 그러나 독자는 학습 과정에서 모범적 여성상을 모방(수행)하는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모범적 행적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추체험하고 나아가 타자와의 공감 능력을 형성한다. 수신 교과서인 《婦女鑑》을 반복과 모방의 세계가 아니라 재배치와 재의미화와 같은 표상 체계 속에서 파악해야 할 이유이다.
주제어 : 부녀감, 이상적 여성상, 근대 전환기, 여성의 범주화, 도덕관의 재편, 모방과 동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