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이 논문은 표지 이미지의 도상학적 분석을 통해서 《개벽》이 제시했던 계몽적 주체와 민족적 정치의 기획을 밝히고 있다. 표지에 놓인 호랑이, 수리, 닭의 상징적 주체는 개벽하는 힘의 민족적 주체, 초인적 주체, 신문화 건설의 계몽적 주체를 의미했다. 독서하는 청년과 나팔부는 무관은 《개벽》의 인물 이미지로서 각각 근대적 지식을 학습하는 청년 주체와 민족적 혁신의 주체로 제시되었다. 가장 선호된 한반도 지도와 지구 도상은 생존과 직결된 세계와의 관계를 함축하면서, 민족주의적 정치의 기획을 표방하는 것이었다. ‘조선문화기본조사’에 전시된 사진, 정보, 인적 자본은 《개벽》이 조선의 영토와 대중을 통괄하는 능력을 시각적으로 제시했다. 한글 제명의 표지는 《개벽》의 사회주의적 경향이 강화되었던 시기의 민중적 지향성을 드러내나, 사회주의 잡지에 비해서 강도는 약했다. 《개벽》의 표지 이미지는 1900년대 후반의 학회지와 1910년대 신문관 잡지가 창안한 민족주의적 도상들을 이어받아 1930년대의 《신동아》, 《삼천리》와 같은 남성시사종합지에 계승시켰다. 《개벽》은 1919년의 독립만세운동 이후 가능해진 민족정치의 미디어로서, 구세계의 파괴와 신문화 건설을 거쳐 새로운 미래를 창안할 강력한 힘의 주체가 되기를 이미지를 통해서 요청했다. 또한 한반도 지도가 함축하는 바, 민족적 공통성을 제시하고 조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독자들에게 불어넣으려 했다. 《개벽》의 표지는 민족주의적 주체화와 정치의 기획이 시각화된 공간이었다.
주제어 : 개벽, 잡지 표지, 민족주의, 정치, 천도교, 사회주의, 한반도 지도, 호랑이, 독수리, 계명성, 계림, 한글 타이포그래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