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본고에서는 오키나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배봉기가 1975년에 최초로 공개증언을 할 수 있었던 사회적 배경으로, 오키나와 반환 직후인 1972년에 이루어졌던 조선인 강제연행 진상조사 활동과 그와 연계되었던 오키나와전투 체험기록운동에 주목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60년대 말부터 오키나와전투 체험기록운동을 전개하여 그때까지의 軍・官의 논리에 입각해 있던 戰史에 대항하여 주민들의 체험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1972년에 오키나와전투 당시 조선인 강제연행의 진상규명을 위해 결성된 朝日합동조사단은 이 체험기록운동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오키나와 주민들 사이에서 망각되었던 조선인 ‘군부’나 ‘위안부’에 대한 체험과 기억을 되살려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국가가 수행한 침략전쟁의 참상을 아래로부터 비판적으로 바라보려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시도는 조선인 강제연행 진상조사 활동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오키나와 주민들은 오키나와전투의 또 하나의 피해 주체인 조선인들을 통해 스스로의 피해를 상대화하고 스스로의 전쟁책임의 역사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오키나와전투 체험기록운동의 이러한 질적 변화는 배봉기 등장의 사회적인 여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제어 : 배봉기, 오키나와, 일본군 ‘위안부’, 조선인 강제연행 진상조사, 오키나와전투 체험기록운동, 상호 참조